하나님과의 만남/성악교실 알림미 및 대화

[스크랩]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

이마에 2011. 3. 13. 07:39





     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


     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.
      그는 얼굴도 잘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
     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.

     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
     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
     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.

     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
      “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?” 하고 물어보았다.

      그러자 그는,
      “악기요...?” 하더니
     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.

      “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.
     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”

     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.

      “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
     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...
     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
      자기는 바이올린을
     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.
     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.“

     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
     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.

     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...
     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
     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
     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
     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.

     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
     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?
      하는 생각을 했다.

     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.

     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
      노래를 할 수 없다 했다.
      아이들도 싫어하고...
     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....

     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.

     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
     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
     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.

     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
     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
     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
      만족해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?

     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
     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.
     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
     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
     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.

     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
     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
      기뻐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.

     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,
     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
     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
     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.

      이렇듯 가정이란
      별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
     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
     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?

      "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
      당신이나 앉으라”는 말로
     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?

     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
      남편의 가슴에 “울지 않는 바이올린”을
      하나 더 보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.

      그 사람이 돌아간 후...
     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.

      “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
     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...”

     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
      울게해 주었다는
     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
      내 마음속에도 역시
     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.


      - 미우라 아야코 -







출처 : 노래하는 아들과 딸 Singing sons and daughters
글쓴이 : 주님과함께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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